하늘은 종이비행기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언덕에는 바람을 막을 것이 없었다. 풀들이 한꺼번에 몸을 눕혔다가 일어났고, 운동화 끈 끝이 발목을 간질였다.
“이번엔 저 나무까지.”
하늘은 팔을 뻗었다.
흰 비행기가 손끝을 떠났다. 조금 내려가는가 싶더니 바람을 만나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따라갔다.
“그렇지. 그렇게.”
누가 들었다면 비행기를 응원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빠도 그랬다. 비행기를 날려 놓고는 꼭 말을 걸었다. 하늘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아빠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가 너무 열심히 접었잖아. 조금 더 날아 줬으면 해서.”
그때 하늘은 비행기보다 아빠 얼굴을 더 오래 봤다.
지금은 비행기만 볼 수 있었다.
흰 날개가 기울었다. 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지막까지 따라갔다. 비행기는 언덕 중턱의 풀 속으로 사라졌다.
가방을 내려놓자 안쪽에서 실습 공책이 미끄러져 나왔다.
표지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드론항공고등학교 1학년, 윤하늘.
하늘은 공책을 다시 넣었다. 어제 실습에서 드론을 착륙시키던 순간이 떠올랐다. 표시된 원 한가운데에 내려놓고 싶었는데, 기체는 자꾸 옆으로 밀렸다.
선생님은 바람부터 보라고 했다.
하늘은 풀밭을 내려다봤다. 발치의 풀은 왼쪽으로 누웠는데, 조금 아래쪽의 풀은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종이비행기를 찾으러 내려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맞은편 산 위에 회색 얼룩이 생겨 있었다.
구름인가.
하늘은 고개를 들었다. 구름은 훨씬 높이 있었다. 회색 얼룩은 나무 사이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가늘던 것이 조금씩 두꺼워졌다.
휴대전화를 꺼내려는데 손에서 종이비행기가 구겨졌다. 어느새 꽉 쥐고 있었다.
하늘은 손을 폈다. 비행기의 코가 찌그러져 있었다.
화면에 숫자 세 개를 눌렀다.
연결음이 들리는 동안, 자신이 올라온 길을 돌아봤다. 언덕 입구의 표지판, 갈림길, 작은 나무다리. 위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짚었다.
“119입니다.”
“산에서 연기가 나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하늘은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말했다.
“제가 있는 곳은…….”
이번에는 끝까지 또렷하게 말했다.
“연기가 나는 산 쪽으로 가지 마세요. 지금 계신 곳은 안전한가요?”
하늘은 주변을 둘러봤다. 발치에는 작은 흰 꽃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연기는 맞은편 산에서 올라왔다.
“네. 저는 다른 쪽 언덕에 있어요.”
“알겠습니다. 보이는 위치를 설명해 주세요.”
하늘은 산을 가리키려다 손을 내렸다. 전화 너머에서는 자기 손이 보이지 않았다.
“나무가 많은 곳인데…….”
말이 막혔다.
어제 실습 시간에 선생님이 물었다.
어느 쪽이라는 거니? 선생님도 같은 곳을 보고 있는지 확인해 줄래?
그때는 드론 화면에서 빨간 지붕을 찾고 있었다. 하늘은 혼자만 아는 방향을 계속 설명했고, 짝꿍은 엉뚱한 건물을 표시했다.
하늘은 다시 산을 봤다.
“산 아래에 빨간 지붕이 하나 있어요. 연기는 그 뒤쪽 능선에서 올라와요. 제가 있는 언덕 입구에는 작은 나무다리가 있고요.”
상담원이 몇 가지를 더 물었다. 하늘은 아는 것만 대답했다.
불꽃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연기는 아까보다 짙어졌다.
모른다는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도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통화를 마친 하늘은 학교 실습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했다.
“선생님, 저 학교 뒤 언덕인데요.”
“무슨 일이니?”
“맞은편 산에서 연기가 나요. 119에 신고했어요.”
잠깐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했어. 산 쪽으로 가지 말고, 올라갔던 길로 내려와. 입구에서 만나자.”
하늘은 가방을 둘러멨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봤다. 여기서 내려가면 연기를 볼 수 없었다. 뭔가 더 알아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 가방 옆주머니를 봤다.
오늘은 실습용 드론도 없었다.
있었다면 띄웠을까.
그 생각을 하자 선생님이 점검표를 돌려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들은 비행 시간을 기다렸지만, 선생님은 주변부터 살폈다.
하늘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 집중했다.
선생님은 나무다리 옆에 서 있었다.
하늘을 보자 한 걸음 다가왔다.
“다친 데는?”
“없어요.”
“숨은 괜찮고?”
하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선생님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멀리서 사이렌이 들렸다. 빨간 소방차가 길모퉁이를 돌아 산 쪽으로 올라갔다.
하늘은 차가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제가 설명을 잘했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걸 말했는데?”
하늘은 빨간 지붕과 능선, 나무다리를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들었다.
“불꽃은 못 봤다고 했어요.”
“응.”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고요.”
“그렇게 말하는 게 맞아.”
하늘은 손안의 종이를 내려다봤다. 비행기의 코가 납작하게 눌려 있었다.
“더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도 산 쪽을 잠시 바라봤다.
“오늘 네가 해 준 일이 있어. 그걸 작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학교로 돌아가는 동안 하늘은 휴대전화 소리를 가장 크게 해 놓았다. 혹시 다시 전화가 올까 봐서였다.
복도 창문에는 오후 햇빛이 길게 들어와 있었다.
하늘은 창턱에 종이비행기를 놓았다. 눌린 코를 펴려 했지만, 손가락이 자꾸 미끄러졌다.
그제야 아직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야, 윤하늘.”
친구 민서가 복도 끝에서 걸어왔다.
“너 언덕 갔다며. 선생님이 찾으러 가셨잖아.”
“응.”
“무슨 일 있었어?”
하늘은 종이를 펴면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민서는 장난치려던 표정을 거뒀다. 그러더니 하늘 옆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지금은?”
“모르겠어. 아직.”
둘은 잠깐 말이 없었다.
민서가 구겨진 날개 끝을 눌러 줬다.
“이거 다시 날겠는데?”
“아까처럼은 못 날 것 같아.”
“그럼 내일 고치자.”
하늘은 웃으려다가 유리 진열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작은 드론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아침에는 그냥 지나쳤던 기체였다.
지금은 궁금한 것이 생겼다.
저 카메라로는 얼마나 멀리 볼 수 있을까.
나무 사이에 사람이 있다면 찾을 수 있을까.
찾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그 위치를 어떻게 알려 줘야 할까.
하늘은 가방에서 실습 공책을 꺼냈다.
빈칸에 질문을 적었다.
화면에서 찾은 사람의 위치는 어떻게 전하나요?
민서가 옆에서 읽었다.
“내일 선생님께 물어보게?”
“응.”
“나도 같이 들을래.”
하늘은 공책을 덮었다.
창턱의 종이비행기는 한쪽 날개가 조금 들려 있었다. 하늘은 그 아래에 공책을 받쳐 놓았다.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접힌 선을 천천히 눌렀다.

